스포츠 담론/스포츠미디어

[스포츠기자 직업 설명서 ➀]현직자가 말해주는 스포츠기자 되는 법

Magnetic north 2021. 12. 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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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티스토리 주인 마그네틱노스입니다.

 

저는 학창시절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축구, 농구, 야구부터 스노보드까지, 스포츠라면 종목 불문하고 좋아했습니다. 티브이를 틀어도 스포츠 전문 채널 3~4개 사이만 왔다갔다 할 정도로 스포츠광이었죠. 덕분에 친구들과 예능이나 아이돌 얘기가 나오면 제대로 아는 체 한번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 종목에 탁월한 재능은 없어 엘리트 선수가 될 자신은 없었습니다. 부모님도 이를 아시고 스포츠는 취미에 국한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진로 결정을 해야될 시점에 스포츠 현장을 누비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자 스포츠 기자를 택했습니다. 누구보다 스포츠 현장 깊숙이 파고들어 이른바 덕업일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 스포츠기자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약 4년 동안 스포츠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언론사 인사팀에 재직중입니다, 지면(종이신문)이 나오는 스포츠종합지부터 스포츠전문매체 등을 거쳤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금부터 스포츠기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제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모든 지식들을 가감없이 풀어내 볼 생각입니다. 스포츠기자들이 받는 진짜 연봉과 직업의 비전, 제가 느낀 장·단점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혹시라도 스포츠기자를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1. 스포츠기자 되는법 (비전과 현실)
  2.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기자 연봉 
  3. 스포츠기자만이 누리는 장점
  4. 스포츠기자의 치명적 단점

이렇게 네 번에 나눴습니다. 오늘은 가장 먼저 스포츠기자가 되는법과 조심스럽지만 이 업계의 진짜 현실에 대해서도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스포츠기자가 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스포츠를 취재하고 다루는 언론 매체에 기자 신분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2000년대부터 인터넷, 포털(네이버, 다음)로 뉴스 소비량이 늘어난 만큼 각종 온라인 매체들도 대량으로 생겨났습니다. 이중에는 스포츠매체도 많아 스포츠기자 스펙트럼이 예전보다 넓어지고 진입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주류 스포츠기자’,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포츠기자가 되려면 아래와 같은 곳들에 도전해야 합니다.

 

종합일간지(ex.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흔히 말하는 10대 중앙일간지), 방송사(지상파 3사, 종편), 스포츠종합지(ex. 스포츠조선, 스포츠서울, 스포츠동아 등), 통신사(ex.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등), 온라인매체(ex. OSEN, MK스포츠, 마이데일리 등), 종목전문매체(축구, 농구, 야구, 골프 등), 매거진 등으로 나뉩니다.

각 매체들은 보통 1년에 한 번 공개채용을 하는데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종합일간지나 방송사, 통신사의 경우 스포츠기자를 특정해 뽑는 것이 아닌 일반 취재기자 부문으로 공개채용한 뒤 부서를 돌리는 방식입니다. 메이저 일간지나 방송사는 아직도 소위 바늘구멍, 언론고시라 불릴 정도로 경쟁률이 높습니다. 매체 이름이 주는 타이틀은 물론 보수나 처우가 업계 내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거칠게, 솔직히 말하자면 위에 언급한 방송사나 종합일간지에서 스포츠기자로 첫 발을 내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일반 기자를 꿈꾸는 언론고시생들과 겨뤄 몇백대 1 극악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일찍부터 스포츠기자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스포츠종합지나 스포츠전문매체에 노크하는 것이 대다수며 가장 일반적인 루트입니다.

 

이곳에서 경험과 경력을 누적해 향후 종합일간지나 경제지(경제지도 스포츠 부서가 있습니다)로 이직할 수 있습니다. 흔히 점프뛴다라고 하는데 업무 강도는 현저히 낮고 연봉이나 처우 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기 때문입니다.

 

더 거칠게 말하면 방송사 종합일간지는 대기업으로 보면 되고 스포츠종합지(중소기업), 온라인매체(소기업)는 한참 아래로 보면 편하고 이게 정답입니다.

 

스포츠기자가 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스포츠종합지나 스포츠전문매체에 들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흔히들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동료들을 대다수가 인서울권 졸업장을 들고 있습니다. 타 스포츠기자 후배 중 서울대 출신도 있었습니다. 과거 90년대말~2000년대초 스포츠신문이 잘 나갈 때 스포츠기자들은 이른바 ‘SKY’ 출신이 많았다고 하는데 요즘에도 아주 간혹 보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자들의 대학 졸업장 레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학벌보다 학과는 더 안 중요합니다. 스포츠기자 가운데 언론홍보나 미디어를 전공한 사람은 한 명도 못봤습니다. 체대. 스포츠 관련학과 출신도 거의 없고 체대출신이 스포츠기자로서 큰 메리트도 없다고 봅니다. 전공은 각양각색입니다. 영문학과 철학과부터 미술이나 음악을 전공한 스포츠기자도 봤습니다.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필살기하나쯤은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말한 필살기에는 정답이나 틀이 없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거나 글빨이 죽인다거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했다거나 등등 자신이 그리는 스포츠기자상에 부합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어필하기 유리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잘 아는 팔방미인보다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외골수 스타일이 더 잘 먹힌다는 얘깁니다. 가령 스포츠 전 종목에 대한 평균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한 종목을 완벽히 섭렵한 자가 더 값어치 있어진 시대입니다.

 

특히 스포츠매체들의 경우 정형화된 필기시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소개서나 포토플리오를 중심으로 1차 선별하기 때문에 이러한 필살기가 더 쓰임새 있습니다. 다만 스포츠에 열정이 많다고 주구장창 어필해 봤자 눈에 띄기 힘듭니다. 스포츠광을 뽑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기사로 잘 풀어내는지를 관건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글쓰는 재주도 어느정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한 토익이나 한국어능력시험 등 자격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곳은 없지만 이를 갖고 있는 지원자는 많습니다. 최근에는 활자, 텍스트에서 영상과 같은 뉴미디어로 플랫폼 전환이 이뤄진 만큼 기사 작성은 물론 영상이나 편집 등 다방면 능력을 요구하는 매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포츠기자를 채용할 떄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꼽자면

  1. 4년제 대학 졸업장 (초대졸 가능한 곳도 있음) / 전공은 무관 / 학점 크게 보지 않음 
  2. 어학능력. 종합일간지 방송사는 거의 토익 점수 필수 (고고익선, 커트라인 있는 곳 다수, 지원자 기본 900은 깔고 들어감)지만 스포츠미디어의 경우 필수 아님. /있으면 플러스 요인 / 영어 유창하거나 토익 고득점의 경우 엄청난 플러스 (온라인매체의 경우 외신 기사를 많이 인용하기 때문)
  3. 스포츠 관련 활동 및 대외활동 (스포츠 명예기자 활동이 가장 대표적이나 이제는 큰 메리트 요인 아님. 스포츠 미디어에 얼마나 열정이 있었는지 척도로 확인하기 위함이나 없어도 됨)
  4. 진솔한 자기소개서 (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담겨 있어야 함. 또한 스포츠기자란 직업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녹여낼 필요가 있음.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지 등등...자기소개를 통해 문장 전달력, 어휘력을 함께 체크함)
  5. 자신만의 강점 (위에서 언급한 필살기. 뒷받침할 자격증이나 경력이 있으면 좋음. 타 지원자와 달리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 흔히 말하는 자신을 뽑아야 하는 스토리가 어우러져야 함. 단순 이력서 빽빽하게 채울 김밥천국식 경력이나 자격증은 안 쓰는게 나음.)

 

 

조선일보나 SBS와 같은 메이저 언론사는 아직도 1001 이상 경쟁률을 보입니다. 스포츠종합지나 온라인매체의 경우 공개된 자료는 없지만 경쟁률이 101 정도 상회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흔히 말하는 듣보잡매체는 공개채용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간단 절차로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서류 제출하고 다음날 면접, 다음날 출근하라는 매체도 있습니다. (진짜 현실입니다). 그래서 회사를 볼 때 출입처가 잘 되어 있는지, 매체 네임밸류가 어느정도인지, 어떤 능력있는 선배들이 포진돼 있는지, 포털(네이버)에 콘텐츠 제휴가 되어 있는지 등 정말정말 잘 파악해야 합니다. 매체빨, 이름빨 없는 곳에서는 아무리 기자 개인 역량이 뛰어나도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좋은 매체, 능력있는 선배들 밑에서는 취재하기도 수월하고 기자로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스포츠종합지나 온라인매체도 경영난으로 인해 신입기자를 많이 뽑지 않는 추세입니다. 스포츠조선, 스포츠서울의 경우 몇 년 동안 신입공채를 뽑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인력은 부족한데 현장 경력이 있는 즉시전력감으로 충원하는 경향이 큽니다. 저비용 고효율을 원하는 탓이죠. 신입을 뽑더라도 도제식 교육, 언론인으로 소양 등에 대한 교육은 없습니다. 포털에 수많은 기레기들이 넘쳐나는 것에는 다양한 환경적 이유들이 있지만 언론사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스포츠기자 단점편에서 깊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하다보니 스포츠미디어의 암울한 현실만을 말했는데 이 업계에는 여전히 능력 있고 좋은 스포츠기자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진흙속에서 꽃과 진주를 발견하듯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스포츠의 순수성, 진솔한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스포츠기자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겠죠. 제 이야기는 제 경험에 의존한 것이니 판단은 독자분들께 맡기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풀어가다 보니 자꾸 다른 길로 새는데 내용을 추가해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슬프지만 스포츠언론은 저무는 해다. 온라인매체를 시작으로 매체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AI가 스포츠 기사를 쓰고있다. 네이버 뉴스 편집 역시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으로 대체됐다. 
  •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진 이쪽 업계, 신입은 물론 사람을 잘 뽑지 않으며 허리띠 졸라매고 있다.
  • 학벌이나 전공은 무관한데 아직까진 대체적으로 학벌이 준수하다. 고학벌 고스펙자들이 수두룩하다. 
  • 스포츠기자가 되고싶다면 나만의 필살기 하나쯤은 만들어두자. 그렇다고 거창한 능력을 말하는게 아니다. 
  • 스포츠매체는 무수히 많다. 상상 이상으로 많다. 매체 타이틀을 잘 파악해서 들어가야 고생 안한다.
  • 스포츠기자 최상의 시나리오는 밑바닥부터 다져 (어쩔 수 없이 아래부터 가야한다) 메이저 방송사, 종합지, 통신사로 ‘점프’ 뛰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업계 내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음에는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기자 연봉>에 대해 낱낱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있으면 무엇이든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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